여행을 떠나오니 겨우 글을 쓴다.

아들과 여행을 떠나왔다. 처음으로 떠나온 해외. 하지만 지후는 여행의 장소에 크게 관심이 없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을 호기심 있는 아이로 키우지 못해온 것 같다. 삶이 불안해지는 순간이다. 이 아이가 나에게 제대로 못배워서 나처럼 스스로 온몸을 통해 삶을 배우는 거친 길을 가게되면 어쩌지.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 지난 2박 3일 동안 엄청난 강도의 체력소모와 함께 이런 기분이 나를 채우고 있다.

혼자서 경제적 책임과 돌봄의 책임, 정서적 책임, 아이 장래의 책임까지 모두 지어가며 아이를 키우려면 힘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만성 우울이 내 피에 흐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차게 살아가는 것 같다가도 모든 것에 좌절감을 느낀다. 일에서도 생활에서도. 안정감이라는 것은 언제쯤 찾아오는 것일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결국 내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불안감을 평생 안고사는, 그런 일이려나.

  

Posted by 아람씨 :

감사한 마음

2021. 9. 2. 23:31 from 카테고리 없음

참으로 부족한 사람이라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나날들에 더 익숙해져간다. (물론 내가 아니라 빵이, 받는 사랑이지만) 그래서 나도모르게 나태해졌다 마음이. 왠지 허전하고, 왠지 조급하고, 왠지 부족하게 느껴졌다. 곁에는 마음 없는 사람들만 넘치는 것 같았다. 계산하지 않고 그저 애틋한 친구들은 없는 듯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오랜만에 오랜 친구에게 연락이 와 아주 잠시 커피 한잔을 마셨고, 짧은 순간이라 정말 별 얘기 나누지 않았지만 마음이 편안하고 기뻤다.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반갑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어찌나 오래간만에 만났던지. 그리고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더니 아낌받고 있었고 소중히 여겨지고 있었던 것이 보였다. 마음가짐 오직 그 것 하나의 차이이다. 잠시 사라졌던 믿음이 다시 차오른다.


Posted by 아람씨 :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에 앉아있던 스무살 남짓의 나는

여행이 익숙해보이는 한 서양인 부부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바르셀로나가 어떤 것 같아, 라는 물음이던가

나는 가우디와 마음에 들었던 구엘파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네가 만약 가우디를 마음에 들어한다면, 훈데르트 바써도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꼭 그의 집에 가보길 바란다고

아주 확신에 찬 그리고 무언가 지극히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들에게 들었다

그 때 나의 여행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무언가를 찾아나설 수 있는 그런 자유롭고도 관대한 무엇이어서

그들의 말 한마디로 나는 아름다운 비엔나의 아름다운 훈데르트바써 하우스 앞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겉모습도 아름다웠지만 그 공간에 발을 들여놓았던 그 순간 - 그 굴곡과 그 색감을 잊지 못한다

그 집은 통째로 그의 철학이었고 삶이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찾아헤메느라 세계 구석구석을 훑고 다니던 내게 강렬한 무언가를 선사한 곳이었다

 

무언가를 온 몸의 감각으로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른 삶을 산다고 생각했다

경험주의자, 내 스스로를 그렇게 불러왔고 그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철학적 몸부림이었다

상징적이고 통념적인 스펙을 쌓는 삶을 거부했다면 나는 나대로 고유한 삶을 개척해야한다고

그렇게해야만 내가 선택한 내 삶에, 내 시간들에, 내 청년의 나날들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고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지나고보니 정말로 그렇게 해왔던 생각이 행동이 되고 그 것이 쌓여 나만의 삶을 살게 해주었다

그리고 지나고보니 정말로, 내 온 몸으로 경험한 것들이 내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되어 나아가는 발걸음에 힘이 되어주었다

내게 있는 재산은 다른 그 무엇이 아닌 오로지 그 순간들 - 누구도 똑같이는 갖지 못할(한) 고유의 순간들

 

지금도 나는 그 때의 그 순간에 느꼈던 벅찬 감동 위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어떤 일을 꿈꾸고 있다

 

 

 

Posted by 아람씨 :